오빠의 뇌구조속에 나는 얼마나 커?오빠의 뇌구조속에 나는 얼마나 커?

Posted at 2012.04.03 11:33 | Posted in 사랑을 말하다

 

 

이 남자 오늘 만나자마자 전화를 받더니
운전 내내 통화에 끊었다 싶으면 또 전화
회사사람, 친구, 학교후배
전화를 건 사람들만큼이나 통화내용도 다양합니다
일 이야기, 주식이야기, 야구이야기
그러더니 식당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통화중이죠
'그럼요 아닙니다 제가 늘 감사하죠
별것도 아닌데요 뭐 예예
언제 식사나 한번 같이 하시죠
그러니까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듣자하니 그리 중요한 통화도 아닌 것 같아서
여자가 메뉴판을 남자 눈앞으로 내밀어보이자
남자는 네가 알아서 정하라는 손짓을 휘휘
그러더니 아예 식당 밖으로 나가서 통화를 계속합니다
혼자 메뉴판이나 열심히 들여다보던 여자는
남자 것까지 두 가지 음식을 알아서 시키고
'누가 보면 혼자 지구라도 구하는 줄 알겠네'
서운한 마음에 괜히 혼잣말이나 한마디


한참 만에 전화기를 들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온 남자
'시켰어? 뭐뭐시켰어? 나 배고픈데 많이 시키지'
그런데 여자는 대답대신 방금 펜으로 뭔가를
끄적거린 냅킨을 내밀어보입니다
'봐봐 이게 요즘 오빠 뇌 구조야'
냅킨에 그려진 건 커다란 뇌모양 하나와
그 안에 오밀조밀한 글씨들


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건 회사
그 다음으로 큰 부분은 주식
그 다음은 새로 나온 iPad를 살까말까
그 다음은 야구 개막전 얼마 안 남았다
또 여행, 술과 친구, 맛있는 거
그리고 뇌 한구석에 찍혀있는
보일듯말듯 쬐끄만 점 하나
여자는 그 점을 가리키며
'봤어? 이 점 이게 나야
요즘 오빠 머릿속엔 내가 요만큼밖에 없어'
갑자기 미안해진 남자가 할 말을 찾으려 애쓰며
이 정도는 아니라고 버벅버벅 변명을 하려는데
여자가 다시 말하죠
'그래도 괜찮아 이 점은 막 옮겨 다닐 수 있거든
오빠가 회사 가면 나는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고
오빠가 야구장 가면 난 옆에서 치킨 먹고
괜찮은데...밥 먹는 동안은 전화 안 받으면 안 돼?
나도 내 남자친구랑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요즘엔 라디오 틀어놓고 밥 먹는 것 같애'


당신은 참 좋은 사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찾고
그런 당신이 나는 자랑스럽고 좋지만
그래도 어떤 시간만큼은
나만의 당신이 되어주세요
당신 복잡한 머릿속을 헤매고 다니느라
내가 지칠지도 모르니까


ⓒ출처,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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